사실 단순히 예비탄 문제가 아니라, 전차 내부에서 쉽게 즉응탄이나 예비탄을 꺼내올 수 있는 공간의 부족함에서 유래되는 문제이고, 이 문제의 또 근본적인 점을 찾아보면 적에게 탐지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포탑의 크기를 매우 줄이고 전차 자체의 크기도 작은 편인 러시아계 전차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비교대상이 되는 M1 에이브람스 계통과 비교하면, M1 에이브람스는 비교적 큰 포탑과 거기서 비롯된 전투실의 크기, 특히나 포탑 후면에 위치한 버슬형 탄약고(Bustle rack)의 존재 덕분에 전투 중 장전수가 빠르게 장전을 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탄약고가 피격당했을 때 유폭이나 화재 발생시 전투실 내부로 폭발의 압력이나 화재가 유입되지 않게 차단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탑과 차체의 높이나 크기 모두를 줄이는 선택을 한 나머지, 그나마 보호되고 안전한 위치에 있는 자동장전장치에 들어가있는 탄이 아닌, 다른 서방권 전차라면 차체탄약고 등에 들어있을 예비탄약을 전혀 보호되지 않은 전투실 곳곳에 놔두는 것이 러시아 전차 유폭의 가장 큰 문제점이며, 이는 전차의 작은 체급에서 유래된 문제이기에 단순히 해결할 수 있는 수가 딱히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예비탄 적재를 포기하고 자동장전장치에만 탄을 넣고 싸우라고 하면 교전지속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버릴 테고, T-72 같은 구형 전차 플랫폼에게 포탑이나 차체를 변경하는 개조안은 어느 정도 제한도 있고 예산에 대한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물론 러시아라고 이런 문제를 그냥 아무런 조치 없이 쓰지는 않았기에, T-90A의 경우에 T-90M으로 개량하며 포탑의 사이즈를 키우고 버슬형 탄약고를 추가하는 것으로 예비탄을 보다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 변경되었으며, 이제는 사실상 취소된 걸로 보이지만 T-14 아르마타 같은 경우에도 체급을 키우고 아예 포나 장약이 위치한 전투실과 승무원이 탑승하는 차체 공간이 분리된 무인포탑 전차화하면서, 위와 같은 문제들을 의식했던 모습이 다소 있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T-72가 쓰이는 이유는 그 기본 토대는 신뢰성 있고 아직도 주력전차나 보병전투차량 등 기갑차량을 대상으로 아직까지는 위협이 될만한 전투능력도 갖춘 편이라서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전반적인 경제난과 수출입 제재 등으로 최신형이나 차기 제식 전차 생산에 필요한 역량이 떨어진 상태도 고려해야하고요. 또한, T-72 계통이 가졌던 유폭 문제는 탄약고가 아닌 전투실 내에 무분별하게 예비탄을 적재한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고, 다른 전차들도 혹여나 예비탄 휴대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투실 내에 무분별하게 예비탄을 적재할 시 언제나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나 소련 전차의 설계 사상의 영향을 꽤 받았고, 국민의 평균신장이 지금보다 더 작던 시절에 개발된 탓에 살짝 작은 K-1 계통에도 버슬형 탄약고가 없고(사실 이건 개발 당시에는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긴 했습니다), 차체탄약고 말고 전투 시에 바로 쏠 수 있는 즉응탄을 전투실 내에 보관하기에, 실제 전투가 벌어지면 유사한 문제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T-72가 워낙 널리 쓰이니 그만큼 유폭되는 모습도 많이 관측되는 면도 있고, M1 에이브람스라는, 버슬형 탄약고에 거의 모든 탄을 때려박은 전투실과 장갑을 위해 체급을 엄청나게 키운 전차가 좀 특이한 경우라서, 이런 걸 일반적인 사례로 생각하기도 어렵긴 합니다. 아무튼 가장 큰 문제의 근원은 소련이 적에게 관측될 확률을 줄여서 얻을 수 있는 생존성을 위해 전차를 작게 만드는 교리를 채택했던 것이고, 유폭과 직접적인 문제는 전투실 내에 보호되지 않은 상태로 적재되는 예비탄 쪽에 있으며, 2세대 전차나 구식 전차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지만 T-72가 유폭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건 아무래도 그만큼 많이 쓰이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으며, 러시아도 T-72 계열을 다른 걸로 대체해서 해결하고 싶어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