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시는 그런 증상이 그래픽에서도 자주 보이고 증상이 명확한 일이라 이걸로 비유해 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픽 하는 사람들중에도 자신의 그림이 엄청나게 못나보이고, 부족한것이 잔뜩 보여서 자존감이 꺾이는 그런 단계가 있습니다. 그럴때 상담을 꽤 해주곤 했는데요, 그런 경우는 '대다수는' 어떤 경우였다면 자신의 손보다 '눈' 이 더 발전해서, 즉 눈이 한 단계 높아져 버리는 바람에 자신의 부족함이 너무 눈에 잘 띄어 버리는 경우였습니다. 보통 실력은 리니어하게 (프로그래머시니까 알아듣겠죠) 발전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실력은 계단식으로 발전하죠. 그리고 눈이 높아지는 것도 계단식으로 발전하는데, 문제가 되는것은 그 두 계단의 타이밍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난 쩔어 -> 아 이건 좀? -> 으앙 난 쓰레기야 -> 어 나 좀 하네 -> 의 과정이 순환되어 반복되는 것이지요. 그런 경우 좋은 해결책중 하나는 '그동안 해왔던 결과물들을 나열해 보고 얼마나 발전해 왔는지를 느껴보라' 라고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울면서 수라장을 헤치고 왔는데 뒤돌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길을 왔거든요. 그리고 만약 속도가 느리다면 이번엔 길지는 않아도 좌충우돌 하면서 남보다 넓은 길을 만들면서 왔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라도 '내가 해온 것들을 반드시 정리해 놓아라' 라고 가르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우울증은 사실 실력이 계단식으로 발전하기 직전의 증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때 객관적으로 자신이 해온 일을 뒤돌아 보시면, 내가 발전없이 그저 제자리에서 발버둥만 친 것인지 ,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발전했구나.. 인 것인지를 좀 더 제대로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조바심과 자격지심은, 이렇게 달래는 것 외에는 사실 큰 방법이 없습니다. 발전을 위한 열병을 어찌 막겠습니까? 오히려 그 열병에 져서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이 더 무섭지요. 그러니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일단 뒤돌아 보시고, 자신이 정말로 시간낭비를 했는지 아니면 느리더라도 발전해 왔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자격지심이 자신의 문제가 아닌 '남들과의 비교로' 생겨난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같은 경우는 그걸 하도 겪다보니 이젠 그런 열병에 익숙해져서 ' 대충 살아가는 게임개발자' 라는 블로그 네임까지 만들고 , 까짓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라지... -.,- 라는 심정으로 여태까지 한 30년째 게임 만들면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길에 대해서도 너무 걱정 마십시오. 한 분야의 전문가는 전문가로의 인생이 있고, 다방면의 제네럴리스트는 제네럴리스트의 길이 있습니다. 아니 ... 사기치고 다니는 사기꾼들도 다양한 길이 있는데 우리 인생에 그런 길이 없다는게 말이 됩니까...? 당장 기획 + 프로그래밍 기술인 테크니컬 디자이너 직군도 생기고 있고, 나중에 1인 개발자 되기에도 굉장히 좋은 스텟 아닙니까? 꼭 남들 스텟 찍는 그대로 따라 찍을 이유가 있나요..? 우리는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고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중간중간 검증하고 고민해 보시면서 자신의 벡터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고민해 보세요. 그리고 필요에 따라 수정해 가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잡캐 트리로 살아온 사람으로써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실패라고 하셨는데,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우선 그 기준부터 세워보시고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무엇 때문에 실패라고 생각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주변 분들에게 도움을 청하세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혼자 모든걸 짊어지지 않으셔도 돼요. 오히려 같이 도움 받고 도와줄 수 있다는 동료가 있다는 점에서 남들보다 더 좋은 환경이 아니겠습니까?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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