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여ㅎㅎ 해가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질문 주시네요. 페잉 오랜만에 들어와 봤다가 진짜 세 개 쌓여 있는 거 보고 깜놀해서 바로 답변 씁니다.... 사실 저는 제가 '나의 나에게'라는 제목의 포타나 썰을 쓴 기억이 없어서 읭? 했었는데, 찾아 보니 썰 속에서 건우가 쓴 책이었군요ㅠㅠ 본론부터 꺼내자면, '나의 나에게'는 굉장히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건우의 어렸을 적 이야기부터 박문대의 몸에 빙의한 것까지 일기처럼 써내려 갔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워낙 알려진 작가(아이돌 박문대)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보니 순전히 허구의 이야기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나의 나에게' 속 주인공인 진우는 어린 나이(10~12)에 부모님을 여의고 친적집에서 정서적 학대를 받으며 고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사춘기가 시작될 즈음에 그런 큰 일을 겪은 만큼 진우는 극심한 우울과 무기력에 시달립니다. 시계 초침 소리가 거슬려 잠을 못 이룰 만큼 극도의 예민 상태로 '죽이고 싶다'와 '자살하고 싶다'가 습관적으로 떠오릅니다. 진우는 수없이 자신이 죽는 상상을 해왔습니다. 순전히 목을 메거나 건물에서 낙하하는 것이 아닌, 수술용 메스 같은 것으로 자신의 뇌나 장기들을 두부처럼 부드럽게 조각조각내는 등의 그로테스크한 상상이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진우가 얼마나 심한 자아혐오와 자살충동에 휩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진우는 길을 걸을 때마다 나무나 건물 등을 살피는 것이 일종의 취미였습니다. '저 나무는 내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저 건물 좀 높아 보이는데 한 번에 죽을 수 있을까'따위의 생각과 함께요. 진우의 방(2평 정도)은 너무도 좁아서 밧줄을 걸 공간조차 없던 까닭입니다. 그날은 진우의 생일이었고, 동시에 부모님의 기일이었습니다. 운좋게도 학교 급식으로는 미역국이 나왔습니다. 진우는 그날만큼은(평소에는 반 공기 먹고도 토해냄) 꾸역꾸역 밥 한 공기를 다 먹었습니다. 진우는 그날 유난히 운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녁 여덟 시, 캘린더 알림이 울립니다. '자살'이라는 제목의 계획. 새해에 진우가 설정해 놓은 것입니다. 진우는 남들이 금주나 다이어트 등의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자신의 자살 계획을 짰습니다. 유난히 운이 좋고, 그나마 자살충동이 세 번 이상 들지 않았던 오늘. 진우는 자살을 결심합니다. 진우는 납골당에 들러 챙겨온 드라이버를 꺼냅니다. 유리판을 떼어내고, 부모님의 유골함을 꺼내 가방에 넣습니다. 진우는 그길로 버스에 탑니다. 진우는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속이 답답했던 삶의 마지막 만큼은 탁 트인 바다였으면 했습니다. 바다는 자살 장소로도 제격이었습니다. 소금물이라 좀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넓고 깊으며 어두운 밤바다는 진우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을 늦출 테니까요. 평일의 밤바다에는 인기척 하나 없었습니다. 진우는 모래사장에 앉아 부모님을 양옆에 두고 가만히 수평선 부근에 시선을 두었습니다. 시원하고 습한 바닷바람으로 몸이 차가워졌을 때, 진우는 유골함 속 뼛가루들만 가방 안에 넣었습니다. 떠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방 안의 공기를 빼고, 가방을 앞으로 멥니다. 그냥 누가 조금 안아 주었으면 했습니다. 진우는 복잡한 마음으로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천천히 저 멀리 수평선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차가운 것이 발부터 닿고, 헛웃음이 막 나옵니다. 비참한 삶도 이제 안녕이구나, 싶어서요. 진우는 그렇게 부모님을 안은 채로 깊은 바다에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진우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몸으로 눈을 뜹니다. 이 몸 주인의 이름도 '진우'입니다. 이름만 같을 뿐 다른 공통점은 단 한 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굉장히 밝고, 시끄럽고, 긍정적이며 가정도 평안한, 속된 말로 '대가리꽃밭외향형인간'이죠. 진우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몸의 주인처럼 행동합니다. 억지로 웃고 떠들고 놀고... 그런 다음에 낯선 집에 돌아오면 이번에는 부모님과 웃고 떠들고....... 여기서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합니다. 원래도 친구가 별로 없었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늘 혼자였던 진우는 상처를 치유하는 법 따위 몰랐거든요. 진우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처럼 쓰레기 같은 생각만 하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인간 혐오가 강한 진우에게 사람들은 전부 위선자에 거짓말쟁이였으니까요. 진우는 조금씩 몸의 주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덕질을 해보거나 사진을 찍어보는 등의 취미도 가지려 노력합니다. 그렇게 진우는 오랜 시간 동안 '완전'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만큼 우울을 벗겨냈습니다. 그리고 진우는 자신의 몸으로 눈을 뜹니다. 모래사장 위의 자신은 아직 자살 시도를 하지 않은 것처럼 옷이 버석하고, 유골함에는 부모님의 유골이 존재합니다. 진우는 맑게 웃습니다. 이 몸으로 이렇게 웃어 본 것도 거의 십 년이 다 된 일입니다. 한참을 웃은 진우는 과거에 했던 일을 반복하기 시작합니다. 부모님의 유골을 가방에 담고, 바다로 걸어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부모님의 유골을 바다에 뿌립니다. 텅 빈 가방을 해안가로 던지고, 자신은 부모님과 여행을 온 아이처럼 더 깊은 바다로 뛰어 들어갑니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도 숨이 막혀도 나아갑니다. 그리고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진우는 두 번 모두 죽음이라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그 뉘앙스가 다르죠. 첫 번째의 진우는 자신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진우는 자신을 '완성'했죠. 두 번째 진우에게는 '죽음'이 단순한 삶의 끝이 아닌 사랑하고 혐오했던 자신을 향한 안녕의 매개체인 셈입니다. 동시에 류건우가 박문대로 자신의 삶을 비로소 완성하겠다는 무의식적인 희망입니다. 진우는 잠시 빌렸던 몸에서 우울을 떨쳐냅니다. 그것은 우울이 곧 삶이었던 첫 번째 진우와의 이별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 두 번째 진우는 여름방학에 놀러온 아이처럼 즐겁고 신나게 바다로 향하죠. 부모님도 놓았고요. 이런 결말이 썰 속 독자에겐 아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